#0. 들어가기 전에
낯선 여인과의 하루를 처음 보았을 때 내용을 보고 처음에 군 복무 시절 보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이 떠올랐다. 비포 시리즈의 영화들도 이 영화와 같이 대화가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만약 비포 시리즈 중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만을 가지고 화면분할을 이용하여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 <낯선 여인과의 하루>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의 전체적이 느낌이 비슷했기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1. 관객에게 선택권을 준 영화
낯선 여인과의 하루는 화면분할을 이용하여 관객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말을 할 수 있다.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각각 다른 각도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원하는 인물을 볼 수 있게 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줘 관객이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있다. 기존 영화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선택권을 준 장점은 분명하지만, 단점도 있다고 생각이 된다.
첫째로 낯선 프레임이다. 하나의 스크린 속에 두 프레임이 공존하고 있다. 영화를 처음 본 순간 정신이 없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두 프레임이 있으니 어느 쪽을 보고 영화를 봐야 할지 또 어느 쪽을 보아야 영화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었다. 아마 영화는 두 사람을 모습을 동시에 보며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라는 의미에서 이런 프레임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도 같은 고충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영화 프레임대로 영화를 재구성한다면 어떤 식으로 프레임 구성을 하였을까에 대한 생각도 같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둘째로 대화하는 것마저도 기존의 영화의 방식을 따른 것이 아니라 화면이 분할된 채 서로를 바라보는 각각의 시선이 화면에 분할되어 나오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도 서로 어긋난 형태로 진행이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요소이었던 것 같다. 서로가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이 잘 안 되었었고 그렇기에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생겼었다.
영화 <타짜>에서도 화면 분할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타짜>의 경우에는 정보전달의 목적으로 사용이 되었다. 다른 경우를 보면 영화 <레퀴엠>에서 나오듯이 인물의 감정 혹은 인물이 처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화면분할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를 보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화면분할을 이용하였다.
<낯선 여인과의 하루>에서는 화면분할을 이용하여 과거, 등장인물의 내면 등을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에는 왼쪽에서는 등장인물의 실제 감정 상태를 보여주지만 오른쪽 화면에서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이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다소 혼란을 줄 수 있는 편집이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영화에서는 두 남녀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이 된다. 영화의 47분에 나오는 장면으로써 여자가 화장실을 간다고 말을 한다. 그에 남자는 같이 가도 되냐고 묻지만, 여자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한다. 이 둘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오른쪽 화면에는 과거 남녀가 같이 화장실을 이용하였던 모습이 나온다.
#2. 촬영과 편집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눈에 보였던 것은 카메라 앞으로 지나가는 인물들이었다. 촬영하였을 때 일부러 연출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기존 영화들은 말을 하고 있거나 그 장면의 주요한 인물 앞으로 사람을 지나가게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요소로 인해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다른 측면으로 보았을 때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들임은 분명히 할 수 있지만, 관객이 둘의 대화를 직접 눈앞에서 바라본다는 시점으로 보았을 때는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 같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서로 만남, 담배와 술과 같은 매개로 과거와 현재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현재만 보여주지 않고 대사에 따라 과거를 보여주기도 한다. 왜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지 혹은 두 사람의 말에 숨겨져 있는 숨은 뜻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힌트를 주었던 것 같다. 이 요소는 관객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에 대한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이었던 것 같다.
#3. 마치며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영어 제목에 신경이 쓰였다. <Conversation with other women>이 영문명인데 이것을 한국어로 해석할 때 <낯선 여인과의 하루>라는 제목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제목에 ‘여성’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지만 ‘낯선’과 ‘하루’라는 이름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낯선’과 ‘하루’라는 단어를 통해서 영화의 내용을 설명 해주는 효과는 있었지만은 차라리 영문명을 그대로 한국에서 썼으면 영화에 대한 궁금증도 더 커지고 ‘other women’을 한국어로 해석을 하였을 때 직역을 하게 되면 ‘다른 여자들’, 숙어로 보았을 때는 ‘바람을 피는 상대’라고 해석이 되기에 흥미를 끌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해보았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에 화면분할이라는 요소가 가미되니 영화를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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